기여분

상속우선순위 어떻게 매겨질까?

조인섭변호사 2019. 11. 18. 19:14

 

일반적으로 상속우선순위에 대한 법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, 누구에게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면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것에 따라서 상속우선순위로 재산 등이 분할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.

 

그렇지만 이처럼 평온하게 그 순위대로 재산이 분할되지 않고 어느 쪽이 불만을 가지는 등의 이유로 법정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으며, 이런 경우에는 결국 법적으로 보다 견고한 논리를 가진 쪽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. 그러므로 이 문제에 휘말린 분들이라면 자신의 법적 처지, 그리고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 등을 면밀히 파악하는 게 선결과제라 하겠습니다.

 


일반적으로 상속우선순위는 배우자가 순위가 높은 편이며 그 다음에게 자식들, 그리고 가까운 친척 순으로 매겨지는 경우가 많지만,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인 변수가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.

 

어떤 법적 변수가 존재할 경우, 이 우선 순위와 상관 없이 후순위 상속자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기도 하며 심지어 가장 순위가 높았던 상속자가 거의 재산을 가지지 못하는 사례가 일어나기도 합니다. 이번시간에는 이러한 상속우선순위와 관련해서 가족을 외면했던 남편이 아내 사망 후 자녀들에게 유산을 분할할 것을 요구했다가 사실상 패소한 판례를 통해 이에 대해 알아보겠습니다.

 


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ㄱ씨는 자신과 동갑이었던 아내 ㄴ씨와 결혼하여 3명의 자녀를 두었지만, 가족 관계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. 즉 ㄱ씨가 결혼 7년 뒤 다른 여성과 눈이 맞아 처자식을 두고 나가 딴 살림을 차렸습니다.

 

이후 ㄱ씨는 처자식에 대한 부양 의무도 내팽겨치고 잘 만나지 않고 생활비도 주지 않았습니다. 뿐만 아니라 ㄱ씨는 ㄴ씨에게 이혼까지 요구했지만, 법원은 ㄱ씨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렇게 두 부부는 계속 법적 부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.

 


이후 ㄴ씨가 사망한 후 ㄱ씨는 ㄴ씨의 장례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면서 이후 ㄴ씨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. 즉 법적으로 볼 때 배우자의 상속순위가 자녀보다 높으므로, 자신이 자녀보다 더 많은 상속 지분을 받을 자격이 있고 그에 따라 재산을 내 놓으라고 요구를 한 것입니다. 이에 자식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으며, 이 때 자녀들이 내세운 법적 논리는 기여분이었습니다.


즉 남편은 부인을 돌보지 않고 자녀들이 사망한 부인을 돌보았으니 그 기여에 따른 상속 지분을 더 받을 권리가 있다는 것이었습니다.

 


법원 측에서는 남편인 ㄱ씨가 아닌, ㄴ씨 자녀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. 즉 법적으로 볼 때 남편이 받을 수 있는 상속 재산의 최소한이라고 할 수 있는 2000만원을 제외한 모든 재산은 ㄴ씨 자녀들이 받을 수 있다고 판결 내린 것입니다.

 

이처럼 법원에서 상속우선순위와 별개로 ㄴ씨 자녀들의 권리를 크게 보장해 준 이유는, ㄴ씨 자녀들이 내세운 기여분의 논리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. 즉 ㄴ씨 자녀들은 성년이 된 이후 ㄴ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그를 부양하고, 경제적인 도움을 준 데 반해서 남편인 ㄱ씨는 전혀 그런 게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.

 


법적으로 볼 때 기여분이라고 함은, 피상속인을 부양하고 재산 유지 및 증가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에게 있어서 부여되는 상속상의 가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 법원은 사망한 ㄴ씨의 자녀들은 이 점을 크게 인정할 수 있지만 ㄱ씨에게는 이러한 것을 인정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 보았으며, 이에 따라서 기본적인 상속에 따른 우선순위와는 별개로 가족을 팽개친 남편보다 사망한 부인을 부양한 ㄴ씨 자녀들이 훨씬 많은 재산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.

이처럼 상속우선순위는 물론 법적으로 볼 때 의미가 크지만, 그것이 절대적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. 기여분 등 이보다 우선시 될 수 있는 법적 변수가 여러 개 존재하기 때문에, 처음부터 이를 유념하면서 재판 등을 준비해야 상대가 준비한 법적 논리에 예기치 못하게 당하는 등의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. 그러므로 이러한 상속 문제를 앞둔 분이라면, 관련 분야를 잘 아는 변호사 등의 상담을 통해 철저히 준비하고 재판에 임하는 게 좋겠습니다.